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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즈] SPC - kimch & richy

이름 : 우리두리
작성일 : 2017-02-11
조회수 : 1387
추천수 : 0

음식이라는 건 참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spc는 나름대로 음식이 잘 나오는 편이다.
어떤 때는 샌드위치가 달랑 점심으로 나와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그것도 제법 먹을 만하다.
그런데 한국사람 입맛이라는 게 그렇지가 않다. 국도 있어야 하고 매콤한 김치며 고추장 양념이 들어간 뭔가가 있어야 밥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입맛에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져서 인지 빵 두 조각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늘 뭔가 입이 심심하고 헛헛하다. 그래서 언제나 시티에 나가면 한인 식당을 찾게 된다. 그나마도 몇 군데 없는 한인식당을 이곳

저곳 찾아다니며 뭐는 있고 뭐는 없고 찾아보게 되는데 왜 만리타국에 나오니 임신한 임산부 마냥 안 먹고
싶던 평소에는 잘 먹고 싶지도 않던 것까지 모조리 다 먹어치울 수 있을 것 마냥 그렇게 다 먹고 싶은지 먹고 싶은 게 셀 수도 없이
많아지기만 한다.
돼지고기가 큼직큼직 썰려져 들어간, 청량고추 큼직큼직 썰어 넣은 칼칼한 돼지고기 김치찌개, 시뻘건 고추장 양념에 대파 큼직하게
썰어 넣고 위에 깨송송 뿌린 제육볶음, 살 뽀얗게 올라 간 싹 벤 살 먹음직스럽게 붙은 국물 진하고 감자 노릇하게 익은 감자탕, 보드랍게
윤기 나는 커피색의 마블링의 족발에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에 푸릇푸릇한 상추에 생내 나는 마늘과 풋고추, 매콤 달달한 닭볶음탕,
참기름 졸졸 흐르는 노릿 노릿한 향내 나는 김밥, 침 꼴깍 넘어가는 떡볶이,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밥 뭐든 가져다만 주면 한 눈에 게
눈 감추 듯 다 먹어 치울 것만 같은 기세로 시티를 다 돌아다녀 보지만 암만 찾아봐도 그 모습, 그 향기는 찾아 볼 수가 없고 또 막상 찾는다고
해도 가격이 엄두가 나지도 않는다. 사실 이곳도 가격이 그렇게 착하지는 않다. 정말 먹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심사숙고해서 고른 메뉴가 감자탕이었다. 삼겹살, 항정살, 또 뭐더라 한 가지 더 해서 650g해서 50달러라고 해서 좀 충격이었다.
물론 감자탕도 충격이긴 마찬가지였다. 45달러였으니까. 그래서 이러고 보나 저러고 보나 매한가지니 피차일반이라는 마음으로 먹어버렸다.
그런데 헐~, 45달러나 줬는데 뼈는 달랑 작은 거 5개, 국물에 가려 보이지도 않고 배춧잎사구만 보글보글 국물 사이에 들깨와 함께 끓고 있다.
그나마 감자가 같이 고개를 내밀어 주셔서 반갑게 인사하고 밥은 따로 돈을 안 받아 주신다니 그거에나마 위로 삼아
그래도 호주에서 감자탕을 먹을 수 있는 게 어디냐며 일본인 친구와 서로 위로 삼아가며 먹었다.
배부르게 많이 많이, 최대한 많이 먹어 돈 아깝다는 생각이라도 안들게 많이 많이 먹었다.
김치 뼈찜 시켰으면 정말 엄청 후회할 뻔 했다. 여기서 삼겹살 사먹는 건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할 거 같다.
그런데 어쩌나, 삼겹살 파는 집은 여기뿐인 거 같은데, 그냥 다음에 배치 애들이랑 고기 사서 라군에서 구워 먹어야겠다.
이건 아닌 거 같아. 가격 대비. 오랜만에 입가심은 좀 하고 왔다. 추천할만한 곳은 그다지 아닌 거 같다. 그냥 코리아코리아 가서 제육볶음 드세요.
아니면 한인 마트 가서 삼겹살 사서 집에 가서 구워 드세요. 그래야겠지. 너무 비싸고 양은 너무 작아서.
상추도 안 나오던데. 그런데 손님은 참 많더라. 정말 궁하면 나중에 한 번 살며시 시도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