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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이따이] [필에이스 어학원 ] 05. 백 오브 빈즈, 식당
  • 이름 : 갑니다
  • 작성일 : 2015-04-23
  • 조회수 : 2016
  • 추천수 : 0
세이브 모어, 백 오브 빈스, 그리고어느 하루.
 
 
 우리가 들어온 지 2주째의 금요일,그러니까 2주도 되지 않은 이 금요일의 날은 우리 학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보는 날이었다. 
우리에게는 테스트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에관한 선택권이 주어졌는데, 우리는 고민 끝에 그를 거절했다. 
테스트는물론 학원생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이었지만, 보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다. 
가령 이번 주 주말에 떠나는 이들이나, 온지 2주가 채 되지 않아 실력 향상 정도를 체크하기 어려운 이들. 
전자의경우는 2월 말,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많았고, 후자는-, 우리들이었다.
 
나의 배치메이트는 겨우 두 명. 나,그리고 나와 한국에서부터 동행했던 사라, 그리고 니나다.
우리 셋은 목요일 밤부터 시작됐던 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은 채, 또다시 생기게 된 금, 토, 일 휴일에 무엇을 할지 골몰했다. 
금요일, 우리는 밖으로 나가 따가이따이의 부근을 돌아보기로 결정하고이만 해산했다. 
따가이따이! 아름답고 안전하고 또 안락한우리의 보금자리. 우리는 필리핀의 식당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그리고가이드는 니나, 2인실을 쓰는 생초보 두명인 나와 사라와 달리 
박학다식한 룸메이트 비비에게 여러가지를들을수 있었던 니나였다. 
우리는 니나의 안내로 이곳, 필에이스와가장 가까운 시내, 세이브모어 근처로 나가게 된다.
 
필에이스에서 외부로 나갈 때의 기본은 ‘세이브 모어’다. 모든 것은 세이브모어에서 시작되며, 세이브모어로 끝이 난다. 
상세히 서술해보자면, 필에이스의 누군가가 어디로든 가고 싶다면, 
우선 학원 정문 앞에거의 항상 대기하고 있는 트라이시클을 타고 <세이브모어>로가주세요-, 를 외쳐야 한다. 
SM몰을 가든지, 혹은 마닐라를 가든지 우선적으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곳은 ‘세이브모어’, 말하자면 교통의 요충지! 
물론 어딘가에서 돌아올 때도 우리는 세이브모어를거쳐서 돌아와야 한다. 
트라이시클을 타고 세이브모어까지 가면 60페소가소요된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의 금액. 삼인까지는 60페소지만, 그 이상부터는 20페소씩을추가해야하는게 트라이시클의 요금편제.
 
마닐라를 갔던 용감한 우리들이지만, 아예 목적지가 있고 아무것도 모르던그때보다, 
지금이 조금 더 두려운 것 같았다. 맞다. 우리는 사실 겁이 좀 많았다.
세이브모어의 낮은 매우 뜨거웠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내려선 우리는, 
친절하신 트라이시클 기사님의 배웅을 뒤로하며 세이브모어의 앞에 섰다. 
눈을뜰 수 조차 없는 강렬한 햇빛. 그러나 선글라스를 낄 수는 없었다. 
 
필리핀은빈부격차가 극심한 편이다. 따라서 잘사는 사람들은, 
우리가몰 오브 아시아에서 본 이들처럼 고가의 명품들을 턱턱- 사들일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우리나라의 빈민층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서로다른 종류의 물이 같은 통 안에 떨어져내리면, 이리저리 격렬하게 흔들리기 마련. 
그렇기에 필리핀의 치안은 이렇게나 좋지 못한 편이었고, 우리는 매사에조심하는 편이 옳았다. 
유비무환이라지 않은가. 필리핀의 들끓는치안만큼이나, 들끓는 태양아래를 묵묵히 걸었다. 
 
우리는 우리를순수한 호기심으로, 혹은 뜻모를 검은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사이를 걸어야 했다. 
지금 그들은 같은 통 안에서 격렬하게 뒤흔들리고 있지만, 
결코 섞이지않을 물과 기름처럼 그들 역시 뒤섞여 하나로 융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미래를 비관하는 것이아니라, 기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세태니까.
 
뙤약빛을 걸어, 우리는 ‘백오브 빈즈’라는 한 식당에 도착했다. 
우리는 친절한 서버의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섰다. 한적한 오후의 식당은 한적했다. 
한무리의 외국인들이 둘러앉아 그네들의 식사를 고요히 즐기고 있었고, 우리는 한곳에 앉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메뉴판을 펼쳤다. 
 
원래의 우리는 이 식당의 자랑거리인 ‘뷔페’를 주문하려 했지만, 
우리가 간 때는 불행하게도 금요일. 뷔페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가능하다는 서버의 미안한듯한 미소와 함께 
우리는 까르보나라, 베이컨 앤 베지타블 피자, 그리고 치킨 텐더를 주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식당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물론 주말과공휴일에만 한다는 ‘뷔페’라면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않겠지만, 
평일에 이 식당은 추천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맛이 없다. 
우리나라의 아주 작은 프렌차이즈 점에서 음식을 시켜도 이것보다 맛이 있을 것이다. 
물론 까르보나라는 훌륭했으므로, 정 가야겠다면 까르보나라를 추천한다. 

 
다만 피자는 절대 시키지 말 것을 권고한다. 두꺼운 도우에, 
마치 껍질마냥 깔려있는 얇은 치즈, 거기에 한 개도 채 썰어지지않은듯한 파프리카 조각들. 
그 외의 채소들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않는다. 거기에 ‘베이컨’피자라지만 베이컨은 거의 보이지도 않게 숨어 있어서, 
처음에 우리는 그 피자의 ‘몰골’을 보고, 우리의주문이 잘못 들어간 것은 아닐까 당황해야 했다. 

 
또한 ‘치킨’이라고 적혀있는 메뉴 중 가장 저렴한 치킨텐더는 시키지 말 것을 추천한다. 
가장저렴하지만, 우리나라의 흔한 술집에 나오는 안주보다도 못한 비주얼과 양을 자랑한다. 
물론 맛도 없다. 간은 전체적으로 적당한 편이었지만, 글쎄- 맛이 없었다.

 
두번째로 서버가 불친절하다. 물론 서버에 관련된 것은 복불복 같다. 아까 전 친절한 서버에게 자리안내를 받았다고 했었나. 
그러나 우리테이블을 담당한 서버는 굉장히 불친절했다. 
미지근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물을 ‘탕- 탕-’소리가 나게내려놓은 후, 우리에게 냅킨조차 가져다 주지 않았다.
거기에다시종일관 ‘하기싫다’는 뚱한 표정으로 서있었으며 음식들을내려놓는 것조차 무성의했다. 
 
우리가 그를 찾을때는 서너번씩 불러야했으며, 우리의 컵이 비어도 물을 채워주지 않았다. 
솔직히 그 식당의 직원교육은엉망이다. 우리가 학생처럼 보여서 돈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우리를시종일관 역하게 대했다. 우리가 한참 식사를 하던 중, 옆테이블에 부유해 보이는 성인여성 둘이 왔는데, 
그 서버는 그녀들에게 의자를 빼주고 직접 넣어주기까지하며 친절하게 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돈을 적게 냈던가. 세번째, 비싸다. 쓸데없이 비쌌다. 
아까도말했지만 우리 한국 학생들이 필리핀에 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물가가 한국보단 저렴하다는 것. 
저렴한비용으로 한국보다 고퀄리티의 서비스와 상품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식당은 결코저렴하지 않았다. 우리는 나름대로 저렴한 세가지의 음식을 시키고1500페소를 내야했다. 
일전에 마닐라와 몰오브아시아를 다녀왔던 것보다 이 식당에서 더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음식의 질은 최저. 한국의왠만한 프랜차이즈식당보다도 못한 질에, 역겨울 정도인 서버의 불친절,
그 모든것들이 더해지니 우리의 첫 필리핀 식당에 대한 기억은 결코 좋게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굳이 필리핀에 와서 이것들을 먹었어야 했는지 씁쓸한 조소가 감돌았다.
우습게도 피자, 치킨텐더, 까르보나라들은 세계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굳이 필리핀에서 비싼 돈을 주고,맛도 없고 특색도 없는 음식들을 먹을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아마 친한 이에게이곳 식당을 추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내 친인이 이런 최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원하지않게 때문이다. 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시설은 꽤나 괜찮았다. 깔끔했고,우아했으며, 멋졌다. 
그러나 비주얼만 괜찮다면음식이나 불친절이야 견딜 수 있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역시나 이 식당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1500페소를 내고서야, 
불쾌한음식물로 우리의 배를 가득 채운채 이 식당을 떠날 수 있었다.
 
햇빛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우리는 길을 따라 다시 세이브모어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세이브모어의 바로 옆에 ‘잡화점’처럼 생긴 건물로 들어갔다. 
필리핀의 다이소와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그곳을 구경한 나와 사라는, 예쁜 물병을 산 후 나왔다. 
그 후 세이브 모어에 가 이것저것 필요하던 물품을 사고 빠져 나왔다. 
우리중 하나가 복통을 호소했고, 우리의 첫 외출은 급작스레 막을 내리게 되었다. 
다시금 덜덜 거리는 트라이시클을 타고 ‘집’, 필에이스로 돌아오는데 온몸이 매연에 파묻히며 바람은 내 긴 머리를 휘날리게 했다. 
분명 굳이 따지자면 불유쾌한 쪽이지만, 우리의 첫 외출, 그리고 첫 필리핀 식당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불행한 주말의 전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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