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장 아니 몇 십장을 낭비한 적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성격 급한 고집불통 변덕쟁이였던 것 같다.

그림속의 난 항상 주인공이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가령,

변신로보트를 그려서 그 속에서 내가 조종하며 악당과 맞서싸워 지구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난 어른이 되었다. 몇일 전 하얀 도화지를 하나 샀었다.

어렸을 적의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림을 그렸던 난 온데간데 없고,

지나치게 신중해지는 모습에서 오히려 소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주변환경과 상황으로 인해 포기하거나 자기합리화는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항상 늦었다고 생각하며 망설이다 포기해버리는 일은 없도록 할것이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새 도화지 위에 채워져나갈 꿈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