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핀

무료한 일요일 비가 온다.

낮동안 내내 비가 오더니 저녁이 돼서야 그쳤다.

황금 같은 주말을 기숙사에서만 보낼 순 없다.

학생들과 딱핀을 치러 갔다.

볼링과 비슷하나 공도 훨신 작고 핀 또한 작다.

그것을 이곳에선 딱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택시를 나누어 골든필드란 곳으로 향했다.

골든필드는 바콜로드에서 유일한 유흥가 거리인데 많은 술집과 레스토랑

카지노 등등이 있다.

그곳에 딱핀 장도 있고 바로 옆엔 케리비안이라는 수영장도 있다.

딱핀은 컴퓨터 시스템이 아니다.

점수도 수작업으로 계산해야 하고 고장도 잘 난다.

한국이었으면 말아먹기 딱 좋은 곳이긴 하나 이곳은 필리핀이다.

일요일 저녁임에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다바오에 있었을때 구경한 적은 있으나 직접 해 본 것은 처음이다.

드디어 내 차례 볼링 좀 친다고 떠들어 놔서 부담감이 있었지만 있는 힘껏 공을

굴렸다. 이런...정말 어렵다. 바로 홀로 빠졌다.

스핀을 넣어도 너무 잘 먹어서 공이 홀로 빠진다.

한게임을 마친 뒤 점수를 계산해 보니 나는 거의 꼴등인데 팀 덕분에 우리가 이겼다.

두 번째 게임 그럭저럭 감을 잡았다.

처음보다는 할만 하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자세에 신경을 쓰다 보니 엉덩이와 팔이 아프다.

하지만 또 우리팀이 이겼다. 팀원을 잘 둔 덕분이다. 이것저것 고장도 잘나고 점수도 직접

계산해야 하고 실내엔 에어컨도 없어 엄청 더웠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그들의 문화를 경험해 보는 것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에선 생각도 할 수 없을 시스템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가족단위로 와서

함께 즐기고 웃고 떠들고 행복해 한다.

비록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딸리지만 내 생각에 행복지수만은 훨씬 높아 보인다.

그렇게 게임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엉덩이 근육이 아프다.

맛사지를 받을까 했지만 그냥 자기로 했다.

황금 같은 주말을 기숙사에서 보내는 것보다 더욱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몸을 움직여야 활동적이게 되고 그래야 공부도 잘 되는 듯하다.

이번 주는 이상하게 공부가 하기 싫다. 드디어 찾아온 슬럼프 인가?

하지만 이럴 수록 평정심을 잃지 않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해보며 잘 헤쳐 나갈 생각이다. 모든 연수생들 또한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