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의 하일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역시 칠면조(turkey)겠지만 사실 칠면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워낙이나 미국이라는 곳이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아서 그런지 몰라

도 칠면조 보다는 닭이 훨씬 맛있고 요리하는데도 시간이 덜걸리기 때문에 칠면조 대신에 닭을 먹는 집

이 훨씬 더 많다. 칠면조 구이를 요리하려면 아침부터 꼬박 설쳐 오븐에 구워 저녁이 되어서야 요리가 끝

나기 때문이라는 설명. 더구나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사실 칠면조는 약간 텁텁하기도 하고 아무런 맛이

없는듯 한 느낌이 드는 좀 이상한 음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칠면조 특유의 향이 역하기까지 해서 싫어 한

다고 할 만큼 누구에게는 그다지 즐거운 음식이 아닌 것. 하지만 왠지 칠면조가 없는 추수감사절은 산타

크로스 없는 성탄절 같은 그런 느낌일 것이다.

하여간 불쌍하게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염려하여 사촌누나들이 초대를 했다. 역시 기대하던 칠면조

는 볼 수 없었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칠면조 대신에 닭이 있었다ㅋ. 그래서 치킨을 곁들인 김치 전과 매

쉬포테이토, 샐러드 등의 멋진 저녁과 함께 맥주가 함께 하는 멋진 추수감사절 저녁을 할 수 있었다. 역

시 이민을 오든 여기서 태어났든간에 한국의 피가 흐르면 김치 없이는 살 수 없다 ㅎㅎ

그리고 다음날 마운틴 레이니어 근처에 있는 콘도로 눈 구경을 가기로 했다. 미국에 오는 눈은 파란색이

라 눈구경을 간 것은 아니고 우리 조카들이 저기 더운 나라 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이 되도록 눈

을 본적이 없다고 하는데 이번에 시애틀로 이사를 와서 겨울이 되자 누나들이 눈을 보여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시간 반여를 달려 도착한 스키장. 오는 길에 눈이 내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아 누나들의 염려는 커져

갔지만 다행스럽게도 스키장에 가까워 갈 수록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머물기로 한 스키장앞의

콘도 주변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아오던 눈 오는 날이면 뛰놀던 바둑이처럼, 아이들은

썰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아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추울때면 다같이 들어와 둘러

앉아 젠가도 하고.

시애틀, 워싱턴 주가 눈이 그렇게 많이 오는 곳이 아니라 스키장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요즘들어 조금

씩 규모가 큰 스키장이 생기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가 갔던 이 곳도 음.. 비발디팍 보다도 훨씬 작은 슬로

프도 3, 4개밖에 없는 곳이라 의외로 좀 싱거워 보였지만 역시 눈은 사람의 맘을 왠지 모르게.. 짠하게 만

든다. 얼른 한국가서 보드 타러 가야겠다 !

아참 돌아오는 길에 시애틀에서 가장 큰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러 추수감사절 세일에 동참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마치 거대한 파도가 한번 휩쓸고 지나간 것 처럼 그 큰 매장들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요즘들어 밀어닥치는 중국인지 대만인지 모를 사람들의 관광버스 대동 쇼핑 행렬로 인해 s, m

등 우리에게 맞는 사이즈는 남아있지가 않았던 것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