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영어를 배워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한국어를 할 수 없는 사람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들고 싶다. 물론 그 사람이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지만 ㅋ

유럽 여행을 떠났던 지난 3년 전의 이야기다. 일정 중에 처음으로 밤기차를 타게 되어 유레일의 쿠셋칸을 예약하여 이동중에 잠을 자기로 되어 있었던 날이었고, 같은 민박집에서 묵었던 1명의 여자, 1명의 남자와 함께 기차칸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유레일의 2등석은 6명이 타는 경우가 많아 쿠셋 역시 6개로 되어 있는데, 우리와 같은 칸에 타는 유럽 여자 한명, 남자 한명이 있었다. 영어를 잘 못하니까 그냥 미소와 함께 하이 하고 그냥 우리 볼일 보고 자려고 하는데 이 사람들도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 첨엔 서먹서먹 하더니 곧이어 둘이 영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영어를 하는 것을 보니 같은 나라 사람은 아닌듯 했는데 듣기에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잘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둘이 막힘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더니 남자가 가방에서 샴페인을 꺼내더니 급기야 같이 술판을 벌이는 정도로까지 발전^^;

12시가 되어도 둘의 대화는 끝이 없고 나가서 담배 피우고 와서 다시 끝없는 대화가 이어지니 잠을 자고 담날을 준비하려고 했던 우리에겐 방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머리 속으로 영어 문장을 만들어 그들에게 말했다. "Excuse me~..블라블라" 대략 좀 자고 싶은데 조금만 조용히 해 줄 수 있냐 그런 말을 했더니 그냥 둘이 일어서서 다른 칸으로 가버렸다. 다시 찾아온 조용함 속에 잠을 청하면서 역시 영어를 하니까 친구도 금방 사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 후..

지난 남부 여행의 캘리포니아에서의 첫 지점이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운타운에 있는 호스텔에 묵었었다. 베이글이나 토스트와 커피 같은 간단한 아침 식사가 제공이 되엇는데 음.. 밥을 먹으러 갔더니 우리가 듣지 못한 voucher를 내야한다는 말이 써있다. 그래서 문간에 혼자 앉아 밥을 먹는 아가씨에게 우리는 바우처를 받지 않았는데 어디서 받냐, 저게 있어야 하냐 물었더니 1층 레지스터에서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내려 와서 받아와서 친구들이랑 같이 식당에 들어갔더니 웃으면서 '성공했구나' 하는 말을 해준다. 그래서 '응'이라고 했다.

그리고 샌프란에서 묵었던 며칠 동안 지나가다 만나고 하다 잠깐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이름은 Nicole, 스위스에서 왔고 학교를 졸업하고 일년 쉬면서 여행을 하기 위해 2주일 전에 미국으로 왔으며 2월 중순 까지 미국과 밴쿠버, 록키를 돌아 볼 것이라는 계획을 얘기해줬다. 스위스에 갔다온 경험도 있고, 밴쿠버 록키도 갔다 왔으니 대화의 소재가 있어 더듬더듬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나보다 훨씬 잘하긴 하지만 제 2외국어라 서로 크게 부끄러워 하지 않고 마구 얘기를 했다. 그래서 떠나면서 '밴쿠버랑 시애틀이 가까우니 한번 놀러와~'하고 헤어졌는데 이 친구가 정말 시애틀로 왔다 ㅎㅎ

밴쿠버 섬에 있는 Tofino라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머무르다가 밴쿠버로 갈 예정이었는데 내가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어차피 시애틀도 한번 올 계획이어서 중간에 잠깐 내려왔다는 것.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었고 간간히 메일을 주고 받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괜히 반갑고 미안하고 고맙고 뭐 그랬다. 사실 빅토리아에서 시간이 맞으면 만날 수 있을 일이 있었는데 니콜이 토피노에 빠져서 빅토리아에 올 생각을 하지 않고 나보고 오라고 그랬는데 그레이하운드와 시간을 따져보니 거의 20시간이 걸려 포기한 상태였었건만.. 하여간 자기가 좀 미안하니 내려온 모양이다.

그래서 반갑게 만나, 국경을 통과하는 관계로 예정시간보다 한시간이 넘게 늦었지만 다운타운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원래 좀 더 일찍 왔었으면 내가 아는 곳이라도 같이 다니고 할 수 있었건만 내가 떠날 준비로 바쁠 때에 왔기 때문에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 미안했지만, 괜찮다고 돌아가는 준비 잘하라고 해줘서 고마웠다.

이어진 대화 속에 놀랍게도 그녀가 대학교를 졸업한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었으며(댕~ -_-)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할 수 있다는 것과 , 자기의 미래에 대한 얘기까지 그런 것들까지 알게 되었고 나는 외국인들이 늘 우리만 보면 물어보는 남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 들과 나의 미국 생활에 관한 이야기들, 미국인들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다. 사실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있는 경향이 있는듯 한데 그녀 역시 그런거 같은 ㅋㅋ

아무튼 먼길 달려와 준 그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또 한명의 인터내셔널 버디를 만났다는 것은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카플란에서 함께 공부했던 타이완 친구가 이번주에 한국에 올거라고 내게 한국에 대한 질물은 많이 했는데 어찌되었는지 모르겠다..